그림이야기

동양화 ‘국화’그림의 의미

메리지안 2025. 6.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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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사군자(四君子).

사군자는 매화, 난초, 대나무, 국화 이 네 가지 식물을 말하며, 각기 다른 계절을 상징하고 군자의 덕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전통적인 화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菊花)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정조 <국화도>

 

 

국화, 가을의 군자


국화는 한자로 ‘국(菊)’이라고 쓰며, 가을의 대표적인 꽃입니다. 사군자 중에서 가을을 상징하며, 찬 서리를 맞아도 꿋꿋이 피어나는 모습에서 절개와 고결함을 상징합니다. 이는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걷는 군자의 모습과 닮아 있어, 예로부터 선비들이 사랑해온 화제입니다.

 

 

 

 

시련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


국화는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차분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특히 가을이 깊어져 찬바람이 불어도 시들지 않고 끝까지 꽃을 피워내는 성질은 불굴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화는 흔히 ‘은자(隱者)의 꽃’, 또는 ‘은둔자의 상징’으로도 불리며,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고고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과 태도를 대변합니다.

 

 

김정희 <난초와 국화>

 

 

 

문인화 속 국화의 상징성


사군자는 단순한 식물 묘사가 아닙니다. 문인화로서 사군자는 화가의 인격과 세계관, 그리고 철학을 담는 매개체입니다. 국화를 그리는 것은 단순히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겸손함, 인내, 독립정신을 담아내는 일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비들이 국화를 화폭에 담았고, 국화를 주제로 한 시와 글도 무수히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국화를 매우 사랑했으며, “동쪽 울타리 곁에서 국화를 따며, 유유히 남산을 바라본다(采菊東籬下,悠然見南山)“는 그의 시는 지금도 국화를 상징하는 대표 구절로 여겨집니다.

 

 

 

 

국화 그림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


동양화에서 국화를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미적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화가의 의지와 삶의 태도를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 절개를 지키며 외로움을 견디는 사람
  • 속세의 번잡함을 떠나 자연 속에 묻히고자 하는 은둔자
  • 조용히 자기 길을 걷는 군자

이 모든 의미가 국화 한 송이 속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국화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동양화 속에서는 단순한 식물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삶의 가을을 맞이하더라도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피어나는 존재, 그것이 바로 국화입니다.

다음에 동양화 속 국화를 보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정서를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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